CULTURE/읽을거리 2016.01.14 19:42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14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 둘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1545년경 유럽인들은 페루의 포토시에서 엄청난 은광을 발견합니다. 이후 1572년부터 수은 아말감법으로 품위가 낮은 은광도 이용이 가능해지자 마구잡이식 채광이 이뤄졌지요. 채광된 포토시의 은(silver)은 유럽으로 유입되어 유럽 가격혁명을 일으켰고 마젤란이 태평양 항로를 발견하면서 후에는 필리핀으로 직접 운반됐습니다.  바로 이 은이 동방무역의 주요 수단이 되었고 이를 통해 엄청난 양의 은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갔지요.

 

 

중국으로 유입된 막대한 양의 은(silver)은  마침내 중국의 경제를 흔들게 됩니다. 당시 유럽에서는 채굴된 은의 양이 넘쳐나기에 가격이 폭락됐습니다. 은 12개를 줘야 금 1개를 살 수 있었지요. 반면 중국은 달랐습니다. 6~8개의 은을 주면 금 1개를 살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유럽인은 중국에서 1.5~2배의 이익을 남기며 은을 주고 금을 사갔습니다. 매력적인 거래였지요. 그 밖에도 유럽인들은 인도와 동남아에서 향신료를, 중국에서는 비단, 도자기, 차를 사다 팔며 엄청난 이익을 취하기 시작했고 곧 유럽과 중국의 해상운송 규모는 엄청난 규모로 늘어나게 됐습니다.

 

 

1543년 중국 선박 한 척이 명나라 닝보로 가던 중 폭풍우를 만나 규슈 남단에 위치한 다네가시마에 닿게 됩니다. 이 배에 탔던 포르투칼인은 일본에 온 최초의 유럽인이었지요. 영주인 다네가시마 도키타카는 이들과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명나라 사람과 필담을 나누던 중, 포르투칼인이 가지고 있던 총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1억엔 가량의 거금인 2,000냥을 주고 두 자루의 총을 갖게 됩니다. 영주 다네가시마 도키타카는 곧바로 스기보노라는 장인에게 총의 기능과 제작법을 배워 모조품을 양산하게 합니다. 이렇게 조총의 양산이 시작됐지만 총열과 총의 아랫부분을 결합하는 방법을 몰랐던 그는 자신의 딸을 포르투칼인에게 보내면서 그 기술을 알아내기까지 하지요. 이렇게 배운 조총 제작 기술은 전래 50년 만에 유럽의 수준을 능가할 정도로 발전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1573년 오다 노부가나는 무로막치 막부를 완전히 멸망시켜 전국을 통일했고 그의 후계자를 자처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 국내의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조선을 침공합니다. 이것이 바로 임진왜란이지요. 조선은 일본의 신무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합니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이순신이 이끄는 수군은 일본인의 조총보다 우위에 있었던 해상 전투에서의 화포, 특히 대포 덕분에 연전연승하며 조선을 구해냅니다.

 

 

여기서 잠깐 생각해봅니다. 만약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건너지 않았다면,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에서 엄청난 은을 빼앗고 채굴하지 않았다면 과연 대규모 상선들이 중국에서 무역을 할 수 있었을까? 그런 무역이 없었다면 일본에 조총이 전해질 수 있었을까? 그리고 조선 땅을 처절히 유린했던 임진왜란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인문학자 김경집은 자신의 저서 <생각의 융합>에서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1492년 그리고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의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를 역사적 사건 속에 추적해 나갑니다. 그리고 이 책을 소개한 중앙일보 백성호 기자는 역사적 사건들은 하나의 점을 이루고 그 점들은 선을 이루고 그 선은 역사적 사건을 따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전혀 다른 별개의 인물이라 생각되는 콜럼버스와 이순신을 만나게 한다고 말합니다. 1492년과 1592년, 100년이라는 시간의 격차, 동양과 서양이라는 공간적 차이를 뛰어넘은 두 사람의 만남은 그 사이에 펼쳐진 수많은 사건과 변화까지 소환함으로써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력과 입체적 사고의 한 단면을 맛보게 해준다는 것이지요.

 

 

<생각의 융합> 저자는 말합니다. '융합의 시대, 생각은 자유로운 레고블록이어야 한다. 블록이 완성되는 순간 당신의 창의성은 폭발한다'.  저자의 말처럼 이젠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위키토피아식 지식보다는 그 지식들을 어떻게 연결하고 융합하느냐가 핵심입니다. 전혀 관계 없어 보이는 콜럼버스와 이순신과 같이 새로움과 창의성 속에 여러분도 사고의 영역을 보다 넓혀가시길 바랍니다.

 

 

 

※ 다산이야기 '오늘의 교훈'은 익명의 다산 임직원께서 기고해주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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